한걸음 물러나 바라본 삶, 그리고 지금 여기의 황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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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ppyYJ 댓글 0 comments 조회 1,858 views 작성일 2025.11.17 08:03본문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보낸 32년은 제 삶의 가장 빛나는 여정이었습니다. 처음 강단에 섰을 때의 떨림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젊은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 앞에서 저는 ‘무엇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늘 고민했습니다.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배우고 있다는 감각이 더 컸습니다. 학생들의 솔직한 질문은 제 사고의 틀을 흔들었고, 예상치 못한 답변은 제가 미처 보지 못한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왜 그럴까?”라는 물음 하나에 몇 달, 때로는 몇 년을 매달리며 씨름했습니다.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무력감도 컸지만, 작은 실마리를 붙잡았을 때의 환희는 그 어떤 성취보다 값졌습니다. 동료 교수님들과의 토론과 교류, 기업 현장에서 얻은 경험은 제 연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고, 강의실의 긴장과 설렘은 저를 끊임없이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쉼 없이 달려온 길이었지만, 그 길 위의 모든 순간이 지금의 저를 세워주었습니다.
정년을 지나온 지금, 잠시 멈추어 지난 길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멈춤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이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던 걸음을 거두니, 비로소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년을 앞두고 묶어낸 책 『한걸음 물러나 바라본 삶』은 바로 그 마음을 담은 결과물입니다. 제목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제 삶의 태도를 압축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한 발 물러설 때만 볼 수 있는 장면, 조금 거리를 두어야만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잠시 멈춘 자리에서야 깨닫게 되는 진실이 있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릴 때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 ― 스쳐간 눈빛,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루,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상의 순간들이 사실은 모두 삶의 황금기였음을 새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책 속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황금기란 특정한 시기가 아니라 ‘지금’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항상 지금 여기에서만 가능하다. 어린 날에는 어린 날의 즐거움이, 중년에는 중년의 깊이가, 노년에는 노년의 여유와 넉넉함이 있다.오늘 하루를 내 삶의 황금기로 여겨보자.”
정년을 지나고 나니 이 문장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연구의 성과도, 제자와의 만남도, 가족과의 시간도 결국은 ‘지금 이 자리’를 어떻게 충실히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지나간 날을 그리워하거나, 언젠가 다가올 더 나은 날을 기다리며 현재를 놓치곤 합니다. 그러나 인생의 본질은 미래에 있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었고, 그 순간을 어떻게 마주하는지가 삶의 무늬를 결정했습니다.
또 하나 나누고 싶은 것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관계’입니다. 사회는 흔히 성과를 앞세우기에 잘하는 일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은 것은, 진정한 만족과 행복은 그 둘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진정한 만족과 행복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어떻게 조화롭게 엮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삶은 선택이 아니라, 조화로 빚어내는 예술이니까.”
교수라는 직업은 분명 제가 ‘잘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긴 세월을 버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자들과의 만남, 연구가 주는 즐거움, 글쓰기를 통한 성찰은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두 가지가 때로는 어긋나기도 했지만, 결국 서로 연결되면서 제 삶을 이끌어왔습니다. 학생과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얻고, 연구의 벽을 넘으며 다시 힘을 얻고,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는 일은 저에게 쉼과 활력을 동시에 주었습니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얽히면서 지난 32년은 단순한 직업의 시간이 아니라 인생의 무늬가 되었습니다.
인생의 여정은 마치 직조와도 같습니다. 각각의 실은 때로는 엉키고, 때로는 가늘게 이어지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무늬를 이룹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서로 충돌할 때도 있었지만, 그 긴장을 견뎌내며 어울려온 덕분에 저는 제 삶만의 무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책의 에필로그에는 이런 고백을 남겼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잘 사는 법을 매일 새로이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실수하고, 흔들리고, 그럼에도 다시 마음을 다잡는 일.이 글들이 작은 쉼이자, 나직한 동행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한걸음 물러나 바라본 삶』은 정년을 앞두고 쓴 성찰이지만, 이제는 정년을 지난 제 삶의 고백으로도 읽힙니다. 지금의 자리가 곧 황금기이고,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어우러질 때 우리의 삶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흔들리고 지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그 배움은 책이나 강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예기치 못한 만남 속에서도 계속됩니다. 그것이 우리를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저의 정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이제는 한 발 물러서서,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질문들을 다시 꺼내어 천천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할 의미가 앞으로의 삶을 또 한 번 풍성하게 채워 주리라 기대합니다. 동문 여러분께도 이 글이 작은 쉼표이자 따뜻한 동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걷는 길 위에서 지금 이 순간이 곧 황금기임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서울상대동창회보 <향상의 탑> 2025년 10월호-
http://danah.kr/ebook/sangdae/206/
연구실에서는 “왜 그럴까?”라는 물음 하나에 몇 달, 때로는 몇 년을 매달리며 씨름했습니다.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무력감도 컸지만, 작은 실마리를 붙잡았을 때의 환희는 그 어떤 성취보다 값졌습니다. 동료 교수님들과의 토론과 교류, 기업 현장에서 얻은 경험은 제 연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고, 강의실의 긴장과 설렘은 저를 끊임없이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쉼 없이 달려온 길이었지만, 그 길 위의 모든 순간이 지금의 저를 세워주었습니다.
정년을 지나온 지금, 잠시 멈추어 지난 길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멈춤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이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던 걸음을 거두니, 비로소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년을 앞두고 묶어낸 책 『한걸음 물러나 바라본 삶』은 바로 그 마음을 담은 결과물입니다. 제목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제 삶의 태도를 압축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한 발 물러설 때만 볼 수 있는 장면, 조금 거리를 두어야만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잠시 멈춘 자리에서야 깨닫게 되는 진실이 있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릴 때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 ― 스쳐간 눈빛,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루,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상의 순간들이 사실은 모두 삶의 황금기였음을 새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책 속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황금기란 특정한 시기가 아니라 ‘지금’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항상 지금 여기에서만 가능하다. 어린 날에는 어린 날의 즐거움이, 중년에는 중년의 깊이가, 노년에는 노년의 여유와 넉넉함이 있다.오늘 하루를 내 삶의 황금기로 여겨보자.”
정년을 지나고 나니 이 문장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연구의 성과도, 제자와의 만남도, 가족과의 시간도 결국은 ‘지금 이 자리’를 어떻게 충실히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지나간 날을 그리워하거나, 언젠가 다가올 더 나은 날을 기다리며 현재를 놓치곤 합니다. 그러나 인생의 본질은 미래에 있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었고, 그 순간을 어떻게 마주하는지가 삶의 무늬를 결정했습니다.
또 하나 나누고 싶은 것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관계’입니다. 사회는 흔히 성과를 앞세우기에 잘하는 일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은 것은, 진정한 만족과 행복은 그 둘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진정한 만족과 행복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어떻게 조화롭게 엮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삶은 선택이 아니라, 조화로 빚어내는 예술이니까.”
교수라는 직업은 분명 제가 ‘잘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긴 세월을 버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자들과의 만남, 연구가 주는 즐거움, 글쓰기를 통한 성찰은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두 가지가 때로는 어긋나기도 했지만, 결국 서로 연결되면서 제 삶을 이끌어왔습니다. 학생과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얻고, 연구의 벽을 넘으며 다시 힘을 얻고,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는 일은 저에게 쉼과 활력을 동시에 주었습니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얽히면서 지난 32년은 단순한 직업의 시간이 아니라 인생의 무늬가 되었습니다.
인생의 여정은 마치 직조와도 같습니다. 각각의 실은 때로는 엉키고, 때로는 가늘게 이어지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무늬를 이룹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서로 충돌할 때도 있었지만, 그 긴장을 견뎌내며 어울려온 덕분에 저는 제 삶만의 무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책의 에필로그에는 이런 고백을 남겼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잘 사는 법을 매일 새로이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실수하고, 흔들리고, 그럼에도 다시 마음을 다잡는 일.이 글들이 작은 쉼이자, 나직한 동행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한걸음 물러나 바라본 삶』은 정년을 앞두고 쓴 성찰이지만, 이제는 정년을 지난 제 삶의 고백으로도 읽힙니다. 지금의 자리가 곧 황금기이고,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어우러질 때 우리의 삶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흔들리고 지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그 배움은 책이나 강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예기치 못한 만남 속에서도 계속됩니다. 그것이 우리를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저의 정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이제는 한 발 물러서서,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질문들을 다시 꺼내어 천천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할 의미가 앞으로의 삶을 또 한 번 풍성하게 채워 주리라 기대합니다. 동문 여러분께도 이 글이 작은 쉼표이자 따뜻한 동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걷는 길 위에서 지금 이 순간이 곧 황금기임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서울상대동창회보 <향상의 탑> 2025년 10월호-
http://danah.kr/ebook/sangdae/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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