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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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ppyYJ 댓글 0 comments 조회 3,679 views 작성일 2025.07.1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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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고, 사람을 키우는 건 교육이다.
그래서 대학이 튼튼해야 나라가 튼튼하다.
그런데 요즘 서울대 인문계 교수들마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건 단순한 이직이 아니다.
세계 속 경쟁에서 한국 대학이 점점 뒤처지고 있다는 뼈아픈 신호다.
해외 대학들은 파격적인 연봉, 충분한 연구비, 자율적 학문 환경으로 글로벌 인재를 유치한다.
반면 우리 대학은 연구할 시간도, 실험할 여유도, 장기적 비전도 부족하다.
그러니 교수들이 떠나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오히려 남아 있는 게 기적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교수직 자체가 매력 없는 직업이 되고 있다.
한때는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수의 길을 꿈꿨지만, 요즘은 박사과정 진학조차 꺼린다.
“공부해서 남 주나?”는 말이 아니라 “공부해봤자 남는 게 없다”는 회의가 대학원 복도에 퍼져 있다.
처우는 낮고, 미래는 불확실하고, 연구보다 행정이 더 많다.
논문이 아닌 보고서를 쓰느라 밤을 새우는 게 현실이다.
연구실 문을 열면 컴퓨터 화면엔 논문 대신 엑셀, 보고서 폴더가 떠 있다.
대학이 연구 공간이 아니라 ‘일터’가 된 지 오래다.
교수가 연구실에 있어도, 연구가 아닌 일에 매몰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니 유출은 늘고, 유입은 끊긴다.
대학이 인재를 키우기보다, 소진시키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정년 문제도 짚어야 한다.
세계적 성과를 낸 교수도 일정 나이가 되면 무조건 떠나야 하는 구조다.
미국의 대학은 다르다. 애초에 정년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능력과 열의가 있으면 나이에 관계없이 계속 연구하고 가르친다.
은퇴는 본인이 결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 대학엔 70대, 80대 현역 교수도 적지 않다.

반면 우리는 정년이 다가오면 연구를 접고 뒷정리를 한다.
마치 오래된 노트북처럼 교체 대상이 된다.
오랜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은 이들이 아무 대안 없이 교단을 떠나는 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 전체, 더 나아가 국가의 손실이다.
미국과 유럽 대학들은 이처럼 경력 많은 교수를 오히려 연구의 자산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대학을 살리려면 입구부터 출구까지, 사람 중심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교수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하고, 젊은 교수들이 연구에 집중하며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탁월한 교수에게는 성과에 걸맞은 보상과 지속적인 연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정년 이후에도 쓸모 있는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유입, 정착, 지속—이 세 고리가 제대로 맞물릴 때 대학 생태계는 살아난다.

대학은 단순히 강의를 하는 곳이 아니다.
지식을 만들고, 사회를 성찰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이다.
대학이 흔들리면 결국 사회 전체가 흔들린다.
우리는 지금,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
인재가 떠나는 대학, 청년이 외면하는 대학, 연구가 멈추는 대학에 미래는 없다.
대학을 살리는 일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이고, 그건 곧 나라를 살리는 일이다.
대학이 살아야 국가도 산다. 이것은 결코 수사가 아니다.

https://www.mk.co.kr/news/contributors/11369764
매일경제신문, 202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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